포트폴리오 하나로 구글 입사 제의를 받은 - 일은 배신하지 않는다(1)


혹시 김종민님을 아시나요?
디자이너, 개발자를 포함해 프론트엔드 분야에 종사한다면 적어도 한 번은 이분의 이름을 들어보았거나 혹은 그의 작업물을 접해보았을 것 같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친구 따라 국비 교육과정을 듣게 된 것이 그의 커리어 시작이었다. 이후 국내에서 웹에이전시 디자이너로 시작해 미국 퍼스트본의 플래시 디벨로퍼를 거쳐 현재는 구글에서 UX Engineer로 재직 중이다. 종민님은 코드로 만드는 애니메이션, 인터랙션, 미니멀한 디자인에 관심이 많아 스스로를 인터렉티브 디벨로퍼라고 칭한다. 관심 있고 좋아하는 내용을 많은 개인 작업으로 풀어내며, 그 결과 Red Dot Design Award, iF Design Award, W3 Award, The FWA 등 다양한 수상을 하기도 했다.

내가 종민님을 처음 알게 된 계기는 매스미디어를 통해서였다. 평소 다큐 보는 것을 좋아하는 나는 우연히 tvN의 Shift 6화 - 질문으로 자라는 아이에서 인터뷰이로 참여한 종민님을 처음 알게 되었다.






위 유튜브 채널에서 볼 수 있듯 종민님은 유튜브도 함께 운영하고 있다. 채널을 알게 된 뒤에 업로드된 영상을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살펴보며 알 수 없는 두근거림과 간지러움이 피어올랐다.

그래, 이거다!

종민님을 알게 된 시기에 나는 번아웃을 겪고 있었고, 커리어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종민님의 영상, 작업물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도움을 받아 이 고민을 끝내고 결정을 내릴 수 있게 되었다.
그날부터 설레여 잠을 잘 수가 없었던 그 밤들이 아직도 생생하다.


여하튼 디지털 작업 외에도 오프라인 작업물들도 만드는데 그중 인터랙티브 디벨로퍼라는 책도 있었다. 아쉽게 책은 절판이 되어 구할 수 없었다. 책을 다시 찾는 이가 많아지면서 몇 의 가격으로 중고 거래되는 것을 본 종민님은 5년배 만에 책 내용을 보강하여 이번에 다시 출간했다.

그 책이 바로 <일은 배신하지 않는다>. 종민님은 일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 중의 한 명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것으로 책을 시작한다.

책 - 일은 배신하지 않는다

일은 단순히 돈을 벌고 먹고 살기 위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정말 본인의 자아발전을 위해서,
또 내가 어떤 사람으로 살아가는가를 정의하는,
삶에 있어서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항상 뭔가를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었고,
나이가 들어서도 계속해서 나만의 일을 하는 그런 모습을 꿈꿨다.
이런 나의 일을 대하는 진지한 자세를 딸에게 혹은 독자에게 들려주고 싶었다.





이 페이지가 <일은 배신하지 않는다>의 내용을 한 장으로 정리한 부분이라고 볼 수 있다.

  • 돈을 많이 번다고 해서 나보다 적게 버는 사람보다 그 차액만큼 더 가치가 있는 사람일까.
  • 나와 대화하는 방법 찾아 내가 좋아하는 것과 하고 싶은 것을 통해 어떤 작업을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은가에 대한 끊임없이 고민하고 실행해야 함을 강조한다.

이 강조한 부분을 처음 종민님의 작업 설명을 들을 때 느낄 수 있었다. 작업 요소 하나하나 그냥 작업한 것은 단 하나도 없었다. 모든 요소에 고민이 있고, 모든 요소에 이유가 있었다.

이제 아래 내용부터는 <일은 배신하지 않는다> 책에서 인상 깊은 부분들을 일부 소개한다.

나의 작업 철학

고등학교 졸업 당시 나의 희망 직업은 영화의 미니어처 등에 쓰이는 모형을 만드는 장인이었다. 그때 내 재능에 대해 스스로 진지하게 반문을 해본 적이 있다. 모형을 만드는 장인이 되려면 처음부터 모형을 직접 빚어 내고 완성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나는 그러지 못했다. 내 실력은 이미 만들어진 모형을 사서 조립하고 색칠하는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즉, 취미로는 훌륭할지 몰라도 직업이라고 말하기에는 부족했다.

내가 그 분야의 진짜가 되기 위해선 본질이 되는 작업이 가능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개발의 본질은 개발 코드를 사용해 구조를 설계하고 움직임을 만드는 일이다. 코드에 대한 이해가 없이 툴(Tool)이나 라이브러리만을 사용해 결과물을 만드는 것은 시중에서 모형을 사다가 조립하고 색칠만 하는 취미 정도의 수준과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었다.

모두가 편리한 방법을 찾을 때 나는 어렵고 시간이 걸려도 개발 코드만을 이용해서 움직임을 만들려고 노력했었다. 플래시라는 프로그램의 특정 기능에 의지하지 말고 개발의 본질인 코드를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해서였다. 사수나 멘토가 없었던 것이 이런 부분에선 장점이 됐다고 생각한다. 누가 가르쳐준 대로만 따라 하지 않고 스스로 생각하고 결정한 방향으로 공부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코드에 대한 이해 없이 라이브러리에만 의존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하지 않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엔 큰 차이가 있다. 라이브러리를 사용하는 것이 문제가 되진 않는다. 문제는 라이브러리를 사용해 만들어진 결과물이 자신의 실력이라고 생각하는 경우다.

Collector란?
실력을 쌓는 데 시간을 쓰기 보단 라이브러리를 수집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

본질에 대한 나의 작업 철학은 구글에서도 빛을 발했다. 처음 구에서 했던 작업은 더 나은 구글 웹사이트를 위해 프로토타입을 만드는 일이었다. 보통은 프로토타입 작업을 위해 편리한 프로토타이핑 툴이나 라이브러리를 사용한다. 하지만 나는 어떤 툴이나 라이브러리를 사용하지 않고 네이티브 언어인 Javascript 코드만으로 프로토타입을 만들었다. 이미 누군가 만들어둔 코드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각각의 디자인에 최적화된 코드를 만들어서 성능을 높였다. 결과적으로 이런 나의 작업 철학이 모바일에서 부드러운 움직임을 위한 해결책을 생각해내는 원천이 되었다.

툴이나 라이브러리는 분명 편리한 점이 많지만, 실질적인 코드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툴에서 제공하는 한정된 기능만을 사용할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어려워도 툴의 도움 없이 개발의 본질인 코드를 이해하고 사용한다면 더 넓은 시야를 가질 수 있다.





개인 작업의 중요성

세미나나 이메일로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중의 하나는 ‘종민님처럼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다. 내가 만드는 작업물들처럼 재미있는 것을 만드는 사람이 되고, 그러려면 어떤 방향으로 공부/취직을 해야 하는지 묻는 질문이다. 남들이 봐도 재미있을 것 같은 화려한 비주얼의 작업들’만’ 만들면서 회사에서 인정도 받고 돈도 많이 벌면 좋겠지만, 사실 그런 회사는 존재하지 않는다.

  • 나는 이런 재미있는 일을 하고 싶은데 회사에선 재미없는 일만 시킨다
  • 만약 내가 디자이너인데 개발을 할 줄 안다고 하면 내 업무 이외에도 잡다한 일을 나에게 시켜서 힘들다

라는 질문들도 많이 받는다. 그래서 나는 개인 작업이 중요하다고 말하고 싶다.

아무리 말로 내가 뭘 잘한다, 뭘 하고 싶다고 말해봐도 그게 먹힐 확률은 굉장히 낮다. 하지만 작업으로 보여준다면 얘기가 다르다. 이는 내가 개인 작업을 하면서 느낀 부분인데, 내가 만드는 개인 작업물들이 쌓이고 점점 세상에 알려지면서, 회사 내의 사람들까지 나를 그런 작업을 잘하는 사람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자연스럽게 회사에 그런 류의 일이 생겼을 때 나를 중심으로 팀이 꾸려지게 된다. 즉, 회사에서 내가 하고 싶은 부분을 맡겨줄 떄까지 기다릴 것이 아니라, 스스로 잘할 수 있는 분야를 개인 작업으로 만들어 세상에 공개하는 것이다.

회사에서 나에게 정해준 타이틀은 중요하지 않다. 커리어에 대한 고민도 비슷한데, 나는 조심스럽게 내 직업은 내가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말해주고 싶다. 눈 앞의 정해진 특정 롤에 맞춰 취업하는 것이 목표가 되기보단 내가 어떤 작업에 더 흥미를 느끼는지를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사수가 없어도 나를 성장 시킬 수 있는 방법

지금도 새로운 것을 배울 때 즐겨 쓰는 방법인데 책을 한 권만 읽는 것이 아니라 여러 권의 다른 작가가 쓴 책을 읽어보는 것이다. 어떤 책이든지 중요한 부분은 자주 나오기 때문에 중요한 내용일수록 중복되어 읽히므로 기억에 더 잘 남고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은 여러 작가의 다양한 설명으로 있으니 이해하기 쉽다.

그동안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실무에서 느꼈던 부분과 여러 권의 책을 읽으며 이해했던 부분이 더해지면서 실력이 월등하게 늘었다. 이 방법은 이렇다 할 사수나 멘토가 없었던 나를 스스로 성장시키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프래시라는 한 가지 언어가 이해되자 프로그래밍의 규칙이 눈에 보였고 그 후엔 Javascript, Object-C, Java for Android 등 여러 가지 언어를 배울 때 힘들지 않고 빠르게 배울 수 있었다.

시대가 바뀌어도 살아남는 방법

1970년대 미싱사로 일하시던 엄마 생각이 났다. 엄마의 재봉 기술은 시대가 바뀌고 공장의 자동화와 중국의 값싼 생산력 등에 밀려 한국에선 이제 수요가 그다지 없는 기술이 되었다. 그것을 나에게 적용해보니 나 역시 ‘지금은 풀래시라는 기술로 그럭저럭 먹고살고 있지만, 시대가 바뀌어서 이 기술이 필요없어지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두 가지 해결책을 생각해서 실천에 옮겼는데 이는 사실 이 책에서 가장 말하고 싶은 부분이기도 하다.

플래시라는 특정 기술이 아닌 나만의 내공을 가지기 위해 노력

  • 초점을 개발 언어에서 콘텐츠로 옮김
  • 웹사이트의 디자인과 모션의 디테일 수준을 높이기 위해 고민

시장에서 요구하는 기술은 항상 빠르게 변하기 때문에 한 가지 기술에만 의조하는 사람이 되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라는 생각이 있었다. 시대가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 나만의 내공을 가져야겠다고 생각했다.

크게 보고 눈앞의 작은 것에 연연하지 말자

당장 눈 앞의 연봉, 직급 등에 연연해서 스트레스를 받거나 승진을 위해 윗사람에게 아부하는 데 시간을 쓰지 말고, 내가 되고자 하는 사람이 될 수 있도록 실력을 쌓고 싶었다. 좁은 시야로 눈 앞의 작은 것을 가지기 위해 에너지를 낭비하지 말고 오직 내가 좋아하는 일에 모든 에너지를 쏟고 싶었다. 일에만 집중하자는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는데, ‘현재의 연봉, 직급 등에 연연해서 회사를 쉽게 옮기거나 하지 말자’는 생각을 하게 해주었다.

회사에서 어떤 일을 하느냐, 혹은 내가 얼마나 성장하느냐가 중요하지 연봉 몇백만 원을 더 받으려고 회사를 옮기는 것이나, 남에게 보이기 위한 내 직급이 무엇인가는 중요하지 않다는 생각이었다. 회사를 옮기게 되면 또다시 새로운 곳에서 적응하고 신뢰를 쌓기 위한 시간과 에너지가 낭비된다고 생각했다.

감을 늘리는 방법

모션을 디자인할 땐 해당 디자인에 맞는 모션을 찾기 위해 많은 테스트를 해보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그래서 모션감이 중요한데 많은 작업을 통해 쌓인 모션감은 어떤 것이 아름다운지를 구별할 수 있는 눈을 갖게 한다. 모션감을 늘리는 방법은 많이 많들어 보는 것 외엔 없다. 눈으로 볼 땐 쉬워 보여도 직접 따라 만들어보면 쉽지 않음을 알게 된다. 시간과 가속/감속의 미묘한 차이가 다른 느낌의 모션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외국 회사에서 느끼는 차이점과 조심해야 할 것들

겸손은 이제 그만

퍼스트본에서 일할 때 옆자리의 동료가 모두가 아니오라고 할 때 혼자 ‘예’라고 한 경우가 있었는데 이게 나에겐 참 생소한 모습이었다. 생각해보면 그동안 나는 내 의견을 말하기보단 상대방의 의사를 살펴 의견을 말하고 동조를 얻어야만 올바른 의견을 말한 것 같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자유로운 의견제시는 자신감 있는 당당한 모습을 말하고 이는 지나친 겸손과 반대된다.

겸손이 몸에 벤 한국 사람들, 나 역시 ‘너 정말 잘하는구나!’라는 말을 들을 때면, 겉으론 ‘야휴 제가 뭐 한거 있나요, 다 된 밥사에 숟가락 얹은 것뿐이죠’라고 대답하곤 했다. 이런 습성때문에 처음 퍼스트본에 와서 ‘나는 별로 잘하는 것도 없는데 그냥 열심히 한다고 해서 뽑혔다.‘라고 했던 적이 있다. 이후 어떤 직원이 나를 표현할 때 내 말을 그대로 인용해 말하는 것을 알게 되었다. 겸손은 분명 세계 어느 나라에서나 통하는 미덕이지만, 지나친 겸손은 미국에선 자신감 부족으로 비칠 수 있다.

누군가 당신에 대해 칭찬을 해준다면 겸손보단 칭찬에 대해 고맙다고 대답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의견은 자유롭게

미국은 모두들 자기 의견을 내세우는 데 거리낌이 없다. 예를 들어 내가 낸 의견에 격렬하게 반대하다가도 회의가 끝나면 뒤끝 없이 웃으면서 이야기하는 것이 이들의 일상이다. 막 입사한 인턴이 전체 회의에서 자신의 의견을 당당하게 이야기하는 모습을 볼대면, 한국에서 시키는 대로 묵묵히 일했던 내 모습과 비교되어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특히 미국에선 회의를 할 때 의견을 내지 않으면 ‘내 의견에 동조하는 내 편’이 아니라 자신의 생각을 말하지 못하는 '생각이 없는 사람'으로 보일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위기는 기회

시장은 플래시라는 기술보단 HTML5라는 신기술을 선호하기 시작했다. All Flash 사이트를 만드는 것은 웹 표준에 맞지도 않고 스마트폰과 태블릿 PC의 등장으로 플래시 플레이어가 설치되지 않는 디바이스들이 늘어나자 웹어서 플래시는 급격히 내리막길을 걷게 되었다. 이때 많은 플래시 디벨로퍼들에게 위기 상황이었다. HTML5 프로젝트가 하나둘씩 늘어나며 변화에 적응한 사람, 그렇지 못한 사람도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때 동료의 HTML5 개인 작업물을 보고 HTML5의 가능성을 실감했다. 실력 있는 동료를 보고 자극받아 내 실력을 더 쌓을 수 있는 기회가 많은 것이 해외 취업의 장점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그럼 다음 글에 이어서 책을 마저 소개하겠다.

Referenc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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