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코로나 시대 재택근무의 상반기 회고

지난 2월에 시도했던 매월하는 회고는 1회로 그치고 말았다. 왜냐하면 정말 일밖에 한게 없어서.. 할 이야기가 없었다.
하지만 나는 현재 개발이란 일을 하고 있고, 이 블로그는 개발 블로그이니 일 이야기로 회고를 하는 건 방향에 부합해 몇 가지 회고를 해볼까 한다.

올 2월 중하순부터 본격적으로 코로나 사태가 심각해지면서 회사는 주 5일 온전한 재택근무로 전환했다.
현재 회사는 이전에도 재택근무를 주 1회하고 있어기에 이번 코로나 사태로 인해 근무 형태가 바뀐 것은 내게 큰 일은 아니었다.
참고로 이 글을 쓰는 시점에도 지금 회사는 계속 재택근무 중이다.

커뮤니케이션의 만족도 하향 및 부상

하지만 팀원 모두가 동시에 재택근무를 하는 것은 다른 일이었다.

모두가 온라인으로 회의를 해야하니 말을 할 순서를 눈치봐야되고 네트워크 상태가 좋지않으면 회의가 지연되기도 한다. 또한 미팅을 하다보면 누군가 머뭇거려하는 모습을 보고 발언을 챙겨 준거나 혹은 모두가 이견없이 해피한지 분위기를 가늠할 수 있는데 온라인 회의는 그러기가 쉽지 않다.
나를 감싸는 이 공기와 조명이 어떤 분위기인지 알길이 없다.

flow chart를 그려가며 프로젝트 설명을 하지만 각 개인마다 업무 집중도가 현저히 달라 이로 인해 일이 산으로 간적도 있다. 코드 리뷰도 온라인으로 실시간 진행도 했지만 보이지 않는 한계가 있었던 것 같다. 아마도 이건 굉장히 빠른 싸이클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우리 팀 성격도 기인했다고 볼 수 있다.

또 하나 재택근무 특성상 특별히 자리를 뜰 일이 거의 없기 때문에 활동량이 급격히 줄었다. 그래서 재택근무 2주 만에는 무릎이 나가는 부상이 생겨 물리치료도 받았다. 저녁에 운동을 하기에는 업무 종료 시간이 들쭉날쭉하고 야근도 많아 쉽지 않았기에 아침에 운동하는 새로운 도전을 했다.

집 근처 한강에서 아침 운동을 하니 세상 그렇게 뿌듯하고 자기 만족도도 매우 높아졌다. 놀라운 건 아침에 운동을 하는 사람이 정말 많아 많은 자극이 됐다. 물리치료를 병행하면서 업무 중간 중간 의식적으로 스트레칭을 하면서 몸을 풀려고 했고, 점심시간은 정해진 시간에 규칙적으로 휴식을 취하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점점 많아지는 일 때문에 이런 호사는 얼마 누리지 못했다. 계속되는 야근에 새벽까지 일하는 경우는 많아졌고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책상으로 출근해서 일을 하다 늦으면 오후 3~4시에 첫끼를 먹으러 자리를 뜨기도 했다. 프로젝트는 계속되고 장애 발생하니 쉴틈이 없었다.

그렇게 내 상반기는 업무만 하다 끝이 났다.

올드보이처럼 갇혀서 일만했고, 번아웃이 온 것 같고 많이 지쳤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더 많은 일을 하니 상실감과 박탈감이 더 크다.
물론 우리가 일을 하는 목적은 보여주고자 하는 것은 아니지만, 팀원들이 서로의 상태를 체크할 수 없다는 것은 협업을 함에 있어서 큰 문제 요소가 될 수 있다. 당연히 초과 근무 진행에 대해 팀내 공유는 하지만 옆에서 직접 눈으로 보는 것과 구두 전달은 엄연히 체감정도가 다를 수 밖에 없다.
이 같은 상황을 팀원 대부분 겪고 있었고 이 점에 대해 많은 시간을 들여 함께 고민하고 점진적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시간을 가졌다.

장기 재택근무에 대비하기 위해 장비 구매

집에서 근무하는 시간이 많으니 의자도 새로 구매가 필요했다.
그 전까지는 책상에 장시간 자주 앉지 않아 그닥 불편하지 않았는데 무릎 한 번 고장나니 좀 더 좋은 의자가 필요했다.

시디즈 T50 Air

여러 제품을 알아보다 회사 의자도 시디즈여서 큰 고민없이 브랜드는 시디즈로 정했다. 코로나 이전 회사에서는 많은 시간 앉아있었지만 불편함을 전혀 느끼지 못했기에 시디즈 정도면 괜찮다고 생각했다. 매장에서 여러 의자를 앉아보고 시디즈 T50 Air으로 결정했다.

의자 판이 앞뒤 위치 조절이 되고, 틸팅 기능, 매쉬 소재로 이뤄져 괜찮은 의자다. 가끔 일하다 잠깐 쉬려고 의자를 뒤로 최대로 누우면 해먹에 누운 기분이라 스스륵 잠이 들때도 있다.
적당한 가격에 의자를 찾고 있다면 시디즈 T50 Air 추천한다.

필코 마제스터치2 텐키리스 흑축

마지막으로 무접점 키보드에 입문했다. 회사랑 집에서 둘다 필코 마제스터치2를 사용중이다. 다만 회사는 텐키리스이고 집은 스탠다드로 스탠다드는 마우스를 사용할 때 거리가 더 길어지고 자세가 점점 틀어지기 시작했다. 키보드도 집에선 자주 사용하진 않았으니 크게 불편함이 없었지만 집에서 장시간 사용하면서 스탠다드가 잘못된 자세를 초래하고 이렇게 장시간 사용하면 어깨나 허리에도 안좋은 영향을 줄것이라 직감했다.

그래서 텐키리스 키보드를 알아보다가 이번에는 무접점에 다시 도전해보고 싶어 한성컴퓨터 GK888B minicoup을 추천받았다. 기존에 해피해킹을 구매한 적이 있는데, 무접점 방식 키감은 정말 마음에 쏙 들었지만 Vim에 맞춰진 키배열은 내게 그야말로 혼돈의 카오스였다.

화려한 키캡이 나를 감싸줘야 함
또한 무접점은 키캡 놀이하기 쉽지 않아 화려한 키캡이 나를 감싸줘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 매우 아쉬운 점이 있어 해피해킹 이후 무접점을 시도하진 않았다. 반면 요즘 나오는 다양한 무접점 키보드들이 기계식 키보드 키캡과 호환이 가능하도록 나와서 키캡놀이도 가능하다.

그래서 한성컴퓨터 GK888B minicoup을 구매했는데 미니 키 배열이라 방향키가 정말 빌런이었다. 코딩할 땐 최악이어서 생산성이 떨어질 정도였다. 또한 뽑기를 잘못했는지 유선 입력 상태에서도 키입력 딜레이가 있었다.

다음에 구매한 건 콕스 엔데버였다. 콕스 엔데버와 항상 함께 비교되는 제품은 앱코 v2이다. 콕스 엔데버를 먼저 만나 사용해봤더니 정말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한가지.. 콕스 엔데버는 맥북 카라바이너에서 Fn키 맵핑이 되지 않는다. 다른 유저에게는 별거 아닐 수 있지만 개인 설정에 부합하지 못해 콕스 엔데버는 탈락했다.

이후 다시 돌아 한성으로 왔고 앱코를 선택하지 않고 다시 한성을 고른 이유는 블루투스 기능때문이었다. 무선은 책상을 쾌적하게 만들어주어 매력적인 포인트라 생각했고 다시 한 번 뽑기 운을 믿어 보기로 해서 87key 배열의 GK893B로 선택했다.

한성컴퓨터 무접점 GK893B

뽑기는 대 성공이었고 키 딜레이 없이 잘 사용하고 있다. 키 배열도 마음에 들고 텐키리스여서 어깨와 자세 부담도 사라졌다. 또한 기계식과 다르게 보글보글한 키감은 정말 기분이 좋다. 저렴한 가격에 무접점을 입문해보고 싶다면 한성, 콕스, 앱코 중에서 개인 취향에 맞는 제품을 구매하면 된다. 나는 좀 더 사용해보다 리얼포스나 레오폴드로 업글하려고 한다.


물론 일은 여전히 많고 여전히 바쁠 예정이다.
하지만 하반기에는 여러가지 변화를 꾀하려고 한다. 그래서 다음 회고에는 새로운 변화를 이야기해볼 수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