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노멀 중심에서 하는 2020 회고

코로나가 가져다준 기회

문서 정리

연초에 참여한 TF가 꽤 기억에 남는다. 정량화된 목표를 달성하는 것은 매우 재밌었고 스릴 넘쳤다. 하지만 그만큼 매우 힘들었던 것은 안 비밀. 그래도 이 프로젝트 덕분에 문서의 중요성을 알게 되었고, 어떤 일을 하든 꼭 문서화한다. 코로나 전에는 모두 모여서 일을 하니 그때그때 바로 궁금한 것을 확인하면 되지만, 아무래도 비동기로 일을 하다 보니 즉각적인 확인에 어려움이 있다. 그리고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 같지만 의외로 싱크가 안 맞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문서 작성에 대해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게 되었다. 예전에는 ‘개발에 문서가 왜 필요할까? 문서 작성이 병목이 돼선 안된다’고 생각했던 시절도 있었는데, 이건 정말 경기도 오산이었다.

물론 코드를 형상관리(svn, git) 하지만 코드에 담을 수 있는 내용엔 한계가 있다. 해당 피처가 시작된 백그라운드, 의사 결정, 엣지 케이스, 다음 단계에 대한 계획 등 코드가 품을 수 없는 이상의 것들이 있다. 또한 개발자가 커뮤니케이션할 땐 코드로 말하지 않는 비개발의 직군들도 많기 때문이다. 그리고 여러 도구를 이용해 일어나는 대화를 한곳으로 모아주는 역할도 한다. 누군가 내게 질문하면 해당 문서의 링크만 전달해 주면 되는 것이다.
문서를 휘황찬란하게 만들 필요는 없으나, 다른 동료가 이 문서 하나로 앞뒤 사정을 파악할 수 있도록 정리하는 것에 개발자들이 동참하면 좋겠다.

코로나 블루와 소중함

코로나로 인해 의무 재택이 연초부터 시작됐다. 그 재택은 아직도 진행 중. 원래 재택근무 제도가 있었고 매우 잘 이용하고 있었지만, 강제로 하는 재택은 쉽지만은 않았다. 처음에는 신명 나게 재택을 했지만 이제는 재택이 나를 하는 것 같다(?) 카페를 갈 수도 없으니 타의에 의해 오로지 집에서만 하는 일은 쉽지 않고, 종종 시켜 먹는 배달음식은 마치 사식을 받는 것 같다. 코로나, 대체 누구냐 넌?!

코로나 유행 초반, 코로나 블루라는 단어가 처음 나왔다. 남일인 줄로만 알았는데 지금은 내가 그걸 겪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특히 뉴스를 보면 감염되는 사람들은 주체할 수없이 늘어나고 심지어 꾸준하다. 나는 이렇게 집에만 콕 박혀있는데.. 사람들은 어딜 그렇게 다니는 걸까라며 오히려 집에만 있는 내가 바보가 된 건 아닐까 하는 박탈감을 느끼기도 한다.

과도한 업무와 시도 때도 없이 울려대는 서비스 얼럿들을 확인하고 팔로업하다보니 삶과 일의 경계가 모호한 직업이라 더 박탈감이 심한 것 같다. 그래도 한 편으로는 이런 민감하고 위험한 시국에도 업을 계속 이어갈 수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이며 감사한지 되돌아 보게 된다.

새로운 도전

작년부터 쉼 없이 달려오기도 했고, 과도한 업무가 겹쳐 번아웃이 왔다. 어떤 미팅을 들어가도 회의에 그 자체에 집중할 수 없고, 내용을 머릿속으로 그릴 수가 없었다. 그래서 처음으로 휴직을 했었다. 육아휴직 혹은 출산휴직이 아닌 이상 휴직하면 하늘이 두 쪽 나는 줄 알았지만, 주변에는 리프레시용으로 휴직을 했던 분들이 계셔서 용기를 내 휴직했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이 시간 동안 나를 많이 돌아봤다. 번아웃이 오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부터 시작해서 미래를 다시 그려보는 재정비를 했다.

재정비 끝에 큰 결심을 내렸다. 먼길을 돌아온 것 같지만, 이 길이 맞지 싶다. 확신이 섰다. 이 썰은 내년에 풀어봐야겠다.

경제적 자유

쉬는 동안 재테크에도 많은 관심을 갖고 돌아보게 되었다. 늘 경제 분야는 어렵고, 삶이 바쁘단 이유로 재테크를 너무 등한시한 것에 반성하며 지금이라도 눈을 뜬 게 얼마나 다행인가.

이제 돈을 바라보는 시각이 많이 바뀌었다. 한국에선 돈이라는 주제를 드러내놓고 말하면 사람들은 속물 취급을 한다. 하지만 돈이 많은 사람을 경외하곤 한다. 앞뒤가 맞을 수가 없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 없이 할 수 있는게 무엇일까? 돈이 있다고 해서 반드시 행복한 것은 아니고 인생의 전부는 아니지만, 돈이 없으면 적어도 힘들지 않을 순 없는 것이 사실이다.

단순히 돈을 열심히 벌고 아끼고 저축하는 것만이 유일한 수단이었던 월급쟁이가 어떻게 미래를 그릴 수 있겠는가. 날로 무섭게 치솟는 아파트 가격을 보면 이 세상 이야기가 아닌 것 같다. 그런데 재테크를 시작하면서부터 꿈을 크게 그리게 되었다. 경제적 자유가 내 이야기가 될 수 있다는 그림을 그릴 수 있게 됐다. 재테크에 관한 이야기는 주제를 나눈 다른 블로그를 통해 연재할 계획이다.

블로그 회고

1년 동안 작성한 글은 총 16개로 한 달 평균 1.3개씩 작성했으므로 선방했다. 작년 2019년엔 총 14개를 작성했었다. 다음은 2020년에 작성한 글들 중 조회수가 높은 글들 몇 개 추려봤다.

털어놓기 어려웠던 개발자로서 고민을 해결해준 책, 함께 자라기

  • https://baek.dev/post/16/
  • 개발자를 넘어 인생 책이라고 소개하고 싶은 포스팅
  • 슬럼프 혹은 더딘 발전이 고민이라면 추천하고 싶다.

둘리 & 도우너 어서오고 짤 생성기 회고

  • https://baek.dev/post/33/
  • 하고 싶었던 짤 생성기 프로젝트에 대한 회고 포스팅이다.
  • 짭짤한 트래픽 맛을 보게 해준 프로젝트를 어떻게 만들게 되었는지 공유했다.

자동으로 스터디 모집 글을 모아 알림을 주는 파이썬 크롤러 만들기(with Github Actions)

  • https://baek.dev/post/17/
  • 설날에 뚝딱 만들었던 크롤러 프로젝트
  • 당시 깃헙액션이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만들어본 것이라 재밌었고 현재까지도 잘 쓰고 있다.

객체지향을 한 단어로 설명한다면 그것은 클래스가 아니라 메시지이다

  • https://baek.dev/post/22/
  • 유명한 토끼 책에서 핵심이라고 생각된 부분을 짧게 포스팅했다.
  • 물론 책이 워낙 좋아서 무엇 하나 포기할 수 없지만, 하나를 꼽자면 객체지향의 사실과 오해 5장 <책임과 메시지>다.

Apache Kafka - 높은 처리량과 실시간으로 대량의 데이터를 취급하는 카프카

  • https://baek.dev/post/20/
  • 대용량 스트림엔 카프카만 한 것이 있을까 싶다.
  • 카프카 셋팅으로 고생하고 작성해서 꼭 필요한 부분 위주로 요약했다.

찾기 힘든 버그를 유발하는 Java DTO 컨버팅 노가다, 리팩토링하기

이어 10월에는 블로그를 Jekyll에서 Gatsby로 전환했다. 정적 사이트 블로그이지만 포스팅에 좀 더 다이나믹한 효과를 주고 싶어서 결정하게 된 Gatsby. 포팅 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건 기존 블로그와의 url 호환이었다. React와 Node가 익숙치 않아 고생을 좀 했지만, 그래도 성공!. Gatsby 포팅 관련 포스팅도 조만간 준비해야겠다.

내년에는요

재정비 끝에 내린 큰 결심을 진행하는 해이다. 이 부분이 가장 큰 메인 스트림이라 여기에 집중해야 한다. 코로나 때문에 활동에 많은 제약이 따르지만 내년엔 더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으리라 기대해본다.

그리고 책 읽기가 절대적으로 너무 부족하다. 좀 더 의식적으로 책을 읽으려고 하는데 잘 안된다. 그러다 우연히 본 회고 포스팅 중 읽은 책들을 짦게 독후감을 쓰는 것을 보고 그렇게라도 꾸준히 해봐야겠다 다짐했다. 52주 동안 1권씩 읽기를 많이들 하지만 힘든 것이 자명하니 최소 한 달에 한 권은 비 개발 서적 읽기를 목표로 삼았다.

끝으로 건강관리다.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서는 체력이 따라줘야 한다. 활동량이 적다 보니 살이 찐 느낌인데, 몸무게는 거의 비슷하다. 근육이 빠지고 지방이 더 찐 것이다. 태생이 근육이 많은 편인데, 근육이 빠지니 충격을 받았다! 이 와중에 팀원분이 링피트를 샀다고하고, 얼마 전 재밌게 본 발표에서도 자동화를 통해 링피트를 꾸준히 한다고 하는 경험담을 보고 이 참에 나도 링피트를 들였다. 꾸준히 해서 소중한 근육 지켜야지!


내년에도 집콕하겠지만 잘 견뎌내 코로나를 피하고, 백신 맞으러 가야겠다 :)

이미지 출처 : 민음사 인생일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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